2008년 02월 27일
[몬헌팬픽]명멸하는 숙명의 불꽃 - 1화 : 한밤중의 내방자 -
모순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내가 수렵을 시작했을 무렵이었을까?
함정에 걸린채로 그르릉거리며 죽어가던 비룡들의 눈과 마주쳤을 때일까?
나도 모르게 조용히 불타오르던 내 가슴속의 불꽃을 마주쳤을 때일까?
그 불꽃이 모든것을 태워버렸을 때일까?
아니면 이 모든 모순을 타인들은 모두가 즐겁게 받아들이던 순간일까?
나는 다시 그 모순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다.
"날씨가 추워지는군요. 내일부터 다시 경작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 겨울은 결코 짧지 않을 듯 하군요."
따뜻하게 손바닥을 녹여주던 찻잔을 조용히 입으로 가져갔다. 맑은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도스씨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흥분을 가득 머금은 침묵이 이어졌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 아침 출발할 예정이네."
긴 침묵 끝에 나온 말이었다. 어느덧 찻잔위로 피어오르던 김이 멎어 있었다. 아마 도스씨의 마음도 이렇게 식어버렸겠지.
밖에는 여전히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눈발이 휘날리는 소리에 간헐적인 포포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나의 마중을 사양하며 도스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찻잔에 남아있던 설산초는 다시 찬장에 따로 모아두었다. 아마도 한두번은 더 우려먹을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정리를 끝내고 촛불을 껐다. 자리에 눕자 하루치 피로가 전신을 자극했지만, 왠지 정신만은 멀쩡했다.
그간 잦아들었던 불면증이 다시 재발한건지 시간이 지나도 잠이 오질 않았다.
'수면초를 놔둔게 있던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어둠속에서 상자를 뒤지자 구석에 뭉쳐놓은 묶음이 만져졌다.
코에 가까이 대자 강렬한 수면초의 향이 맡아졌고, 이내 봉지에 들어있던 마른 잎을 살짝 바스러서 입에 넣었다.
강렬한 향 만큼이나 강렬한 씁쓸함이 혀를 자극했다.
다시 자리에 눕자 더이상 약효과를 저항할 체력이 몸에 남아있질 않았다.
몽롱한 의식속에서도 입안에 남아있던 씁쓸함만큼은 끝까지 기억에 남았다...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지끈거리는 통증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지만, 마을 광장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몰아내었다.
'꽤 이른시간에 출발하는군...'
새삼스럽게 수면초를 먹고 자버린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며 간단하게나마 옷을 걸쳤다.
이해를 바라는건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예우는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석연치 않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숙연해야할 마을 사람들의 전송식은 통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울부짖는 여인네의 목소리와 그것을 다독이는 남자들. 나는 불안감에 마을광장까지 뛰어 내려가고 말았다.
사람들을 젖히며 나아가자 그곳엔 울음을 그치질 않는 도스씨의 아내와 침통한 표정의 도스씨가 서로 껴앉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제 막 수렵을 하러가는 헌터를 전송하는 것치고는 너무 과한 행위였다.
"대체 무슨일입니까?"
나도 모르게 격양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불안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옆에서 계속 촌장부부를 위로하던 마을의 원로이신 할아버지께서 고개를 드셨다.
"자네인가? 촌장의 제의를 거절했다는 자가?"
손의 떨림이 한층 심해졌다.
"이미 늦었네. 한밤중에 도스씨가 입고 가려던 옷가지와 장비들이 딸 네네와 함께 사라졌네."
울부짖던 도스씨의 아내는 나를 돌아보고는 통곡을 하면서 내 옷가지를 붙들고 늘어졌다.
"벌레 한마리 잡아본적 없는 아이었어! 정말 착하게 산 아이였다구! 왜 너희같은 놈들때문에 우리 딸이 이런 꼴을 당해야해? 부모가 하는 말 한번 어기지 못하고 산 아이였는데! 그 어린것이...동생을 찾겠다고...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뒷통수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멈춰버렸다.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기괴하게 웃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기뻐하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내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다들, 모두 울고 있다.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밭에서 일을 할때마다 새참을 가져다준 아이였다.
수수한 외모였지만 밝고 구김살 없는 미소를 지녔었다.
활이나 칼같은 것은
그 아이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미소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가겠습니다..."
내가 수렵을 시작했을 무렵이었을까?
함정에 걸린채로 그르릉거리며 죽어가던 비룡들의 눈과 마주쳤을 때일까?
나도 모르게 조용히 불타오르던 내 가슴속의 불꽃을 마주쳤을 때일까?
그 불꽃이 모든것을 태워버렸을 때일까?
아니면 이 모든 모순을 타인들은 모두가 즐겁게 받아들이던 순간일까?
나는 다시 그 모순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다.
"날씨가 추워지는군요. 내일부터 다시 경작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 겨울은 결코 짧지 않을 듯 하군요."
따뜻하게 손바닥을 녹여주던 찻잔을 조용히 입으로 가져갔다. 맑은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도스씨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흥분을 가득 머금은 침묵이 이어졌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 아침 출발할 예정이네."
긴 침묵 끝에 나온 말이었다. 어느덧 찻잔위로 피어오르던 김이 멎어 있었다. 아마 도스씨의 마음도 이렇게 식어버렸겠지.
밖에는 여전히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눈발이 휘날리는 소리에 간헐적인 포포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나의 마중을 사양하며 도스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찻잔에 남아있던 설산초는 다시 찬장에 따로 모아두었다. 아마도 한두번은 더 우려먹을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정리를 끝내고 촛불을 껐다. 자리에 눕자 하루치 피로가 전신을 자극했지만, 왠지 정신만은 멀쩡했다.
그간 잦아들었던 불면증이 다시 재발한건지 시간이 지나도 잠이 오질 않았다.
'수면초를 놔둔게 있던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어둠속에서 상자를 뒤지자 구석에 뭉쳐놓은 묶음이 만져졌다.
코에 가까이 대자 강렬한 수면초의 향이 맡아졌고, 이내 봉지에 들어있던 마른 잎을 살짝 바스러서 입에 넣었다.
강렬한 향 만큼이나 강렬한 씁쓸함이 혀를 자극했다.
다시 자리에 눕자 더이상 약효과를 저항할 체력이 몸에 남아있질 않았다.
몽롱한 의식속에서도 입안에 남아있던 씁쓸함만큼은 끝까지 기억에 남았다...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지끈거리는 통증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지만, 마을 광장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몰아내었다.
'꽤 이른시간에 출발하는군...'
새삼스럽게 수면초를 먹고 자버린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며 간단하게나마 옷을 걸쳤다.
이해를 바라는건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예우는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석연치 않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숙연해야할 마을 사람들의 전송식은 통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울부짖는 여인네의 목소리와 그것을 다독이는 남자들. 나는 불안감에 마을광장까지 뛰어 내려가고 말았다.
사람들을 젖히며 나아가자 그곳엔 울음을 그치질 않는 도스씨의 아내와 침통한 표정의 도스씨가 서로 껴앉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제 막 수렵을 하러가는 헌터를 전송하는 것치고는 너무 과한 행위였다.
"대체 무슨일입니까?"
나도 모르게 격양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불안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옆에서 계속 촌장부부를 위로하던 마을의 원로이신 할아버지께서 고개를 드셨다.
"자네인가? 촌장의 제의를 거절했다는 자가?"
손의 떨림이 한층 심해졌다.
"이미 늦었네. 한밤중에 도스씨가 입고 가려던 옷가지와 장비들이 딸 네네와 함께 사라졌네."
울부짖던 도스씨의 아내는 나를 돌아보고는 통곡을 하면서 내 옷가지를 붙들고 늘어졌다.
"벌레 한마리 잡아본적 없는 아이었어! 정말 착하게 산 아이였다구! 왜 너희같은 놈들때문에 우리 딸이 이런 꼴을 당해야해? 부모가 하는 말 한번 어기지 못하고 산 아이였는데! 그 어린것이...동생을 찾겠다고...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뒷통수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멈춰버렸다.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기괴하게 웃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기뻐하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내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다들, 모두 울고 있다.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밭에서 일을 할때마다 새참을 가져다준 아이였다.
수수한 외모였지만 밝고 구김살 없는 미소를 지녔었다.
활이나 칼같은 것은
그 아이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미소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가겠습니다..."
# by | 2008/02/27 23:58 | 몬스터 헌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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