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기행기 - 절망의 변두리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다.

내 주변 지인들은 나를 한없는 낙천주의자라 칭한다.

좋게 말해서 그렇다는거고 일단은 게으르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무슨 이유였을까?

아마도 얄팍한 영웅심리의 발로였을 것이다.

이런 천성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뭐 그런 사소한 이유였다.



아무튼 12월 27일이 와버렸고 새벽 6시 20분이라는 살인적인 시간대를 감수하며

출발지인 학교로 향했다. 물론 절대 5시에 일어난게 아니다.

밤을 새우기 위해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했고(이를테면 PSP, 웹)

약간의 제정신을 유지한채로 정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국민적으로 이루어지는 규모의 활동이라고는 수능정도밖에 참가해본적이 없던 내가

능동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전역을 한 이후에도

일과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의 이유도 있었다.

'무언가 하고싶다'라는 말이 계속 내 안에서 메아리를 쳤기 때문에 일단은 생긴 기회를 잡기로 했다.



버스 안에 같이 탑승했던 가방하나 달랑 든 젊은이들이 의외로 숭실대 입구에서 많이 내렸고

집결지인 베어드 홀 앞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봉사활동을 간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약간은 차가운 바람이었지만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부산스런 사람들 사이로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보였다.

뜬금없는 제안에 응해준 고마운 친구는 마침 만난 동아리 후배와 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6시 30분에 출발한다던 공지와는 다르게 역시 7시가 가까이 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약 10%정도의 탈락자가 발생했지만 그들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는 법

갯벌의 작업은 밀물과 썰물때문에 시간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해야만 했다.

버스가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식으로 김밥과 음료를 나누어 주었고

허기에 지쳐있던 나는 서둘러 아침식사를 때웠다.
 
식사를 마치자 나는 밤을 샌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태안까지 내내 잠에 빠져 들었다.



10시경이 되서야 태안에 도착했다.

부산스런 소리에 잠이 깬 나는 방송을 듣고 태안임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덜깬 잠을 필사적으로 몰아내며 차바깥으로 나가자 사방에는 방제용 도구들이 널려 있었고

지역 주민분들이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분위기는 많이 완화된 시점이었다. 그동안 다녀간 수많은 손길들이 절망을 몰아낸 덕분이리라.

하지만 무엇을 낙관할 수 있단 말인가? 해야할 일은 아직도 너무 많았다.

- 계속 -

by 무명 | 2008/01/14 02:09 | 나의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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